올해 27세의 여성 A씨는 석달 전부터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로 출근한다.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남성 고객들에게 마사지와 유사성행위를 서비스하는 이른바 ‘오피스텔 걸’이 된 것이다. 한번의 서비스로 A씨에게 떨어지는 돈은 4만~5만원. 한달 평균 500만~600만원 정도를 챙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A씨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도 못했다. 일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A씨는 ‘나만의 가게’를 열어보겠다는 꿈을 안고 지난해 귀국, 평소 익혀둔 제빵 기술을 바탕으로 서울 변두리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1년도 못돼 1억원의 빚만 진 채 사업을 접었다. 결국 A씨는 ‘눈 딱 감고 1, 2년만 험한 일 하자’고 결심했다. A씨는 “빨리 벌어서 이 바닥을 뜨겠다”고 말했지만 그 소망대로 ‘빨리 벌어서 뜨는’ 게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오는 23일로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 ‘성매매 알선 등 행위 처벌법’ 등 이른바 ‘성매매방지법’을 시행한 지 5년이 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성매매 현주소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전보다 더 심각해졌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후 한국의 성매매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집창촌 붕괴 ▲신·변종 성매매 창궐 ▲성매매 여성 및 지역의 진입 장벽 파괴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집창촌은 크게 쇠락했다. 2004년 9월 법 시행 당시 전국 35곳에 달했던 집창촌 수는 31곳으로 줄었다. 업소수도 1696개에서 853개로, 성매매 여성은 5717명에서 1882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집창촌 비율은 1% 안팎일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집창촌을 누르니 다른 곳이 커졌다. ‘풀 살롱’과 ‘북창동식 주점’, ‘단란주점’ 등 술집을 겸한 성매매 업소들과 퇴폐 안마방이 여성 접대부 100~150명을 거느릴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특히 ‘대딸방’, ‘키스방’, ‘페티시방’, ‘퇴폐 스크린 골프장’ 등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대학가, 주택가까지 파고들면서 과거 집창촌과 룸살롱 밀집지역에 국한됐던 성매매의 경계가 무너졌다. 최근에는 ‘인터넷 성매매’에 이어 대리운전을 겸한 이른바 ‘꽃가마’, ‘오피스텔 마사지방’까지 등장했다.
과거 성매매 여성들이 ‘직업여성’이라 불릴 정도로 국한됐던 것과 달리 이제는 평범한 여성들이 스스럼없이 성매매에 뛰어든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성개방 풍조와 여성 실업난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007년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 당시 성매매 여성은 26만9707명으로 집계됐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한다. 10대 여학생과 대학생, 미취업자, 이혼여성, 주부 등이 성매매 시장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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