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무리한 준설, 강바닥 낮아져 장맛비에 지천 퇴적물 유실
ㆍ금강 지류 곳곳 피해 속출
4대강 공사현장 곳곳에서 이른바 ‘역행침식’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계와 환경단체는 4대강 공사에 따른 무리한 준설로 본류의 강바닥이 낮아지는 바람에 지천의 모래 등 퇴적물이 장맛비에 급격히 본류로 쓸려 내리면서 제방과 둔치 등이 유실되는 역행침식이 우려된다고 지적해 왔다.
경향신문 취재진이 26·27일 금강살리기 공사현장을 돌아본 결과, 금강 본류와 지천의 합류 지점 곳곳에서 하상과 제방의 역행침식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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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4대강 금강 7공구 구간인 충남 공주시 신공주대교 인근 둔치가 장맛비에 움푹 파이자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관계자와 찾은 충남 연기군 장기면 금암리 대교천 일대는 사실상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금강 준설 이후 물길이 빨라지면서 교각 아랫부분이 심각하게 쓸려 나갔다. 이로 인해 보행교의 교각 밑부분까지 훤하게 드러나 있다. 농경지를 수용해 만든 둔치는 붕괴돼 금강 본류로 떠내려 가 버렸다.
교각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교량보호공도 폭우로 상당 부분 쓸려나가 움푹움푹 파헤쳐져 있었다. 본격적인 우기가 닥칠 경우 교량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교천에서 공주 방면으로 20㎞ 떨어진 공주시 월송동 신공주대교는 더 심각했다. 농경지를 수용해 다리 아래 조성한 우안둔치 일부가 아예 금강으로 떨어져 나갔다. 둔치 표면에 고인 물이 스스로 수로를 만들면서 둔치 하층부 취약지를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파헤쳐진 둔치는 깊이가 3.5~4m 정도였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본류의 준설에 따른 지천과의 낙차로 인해 비교적 적은 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역행침식이 나타난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는 7·8월로 접어들면 제방 붕괴 등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 쌍신동 4대강 금강살리기 공사현장의 경우 금강 본류로 흐르는 지천(실개천)의 콘크리트 수로 20m도 불어난 빗물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파손됐다. 하천 아랫부분이 지난 24일부터 내린 빗물에 패어 나가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대부분 아래쪽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조광래 쌍신동 통장은 “지난해까지는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하상이 침식되는 일이 없었다”며 “4대강 사업으로 물길을 바꾼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 유구면 유구천의 경우 금강 본류와 200~300m 떨어진 지점에서 일부 제방의 침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금강 본류와의 낙차로 인해 물살이 더 빨라진 유구천 좌안에서는 나무가 뿌리째 뽑힌 모습이 목격됐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도천에서도 제방이 일부 무너져 내리는 등 금강 일대 지천 곳곳에서 역행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양흥모 사무처장은 “빗물이 빠지면 본류와 지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역행침식 피해가 속속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류와 지천 사이의 낙차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해온 무분별한 준설이 가져온 재앙”이라며 “이런 현상은 한강·낙동강·영산강 등 다른 강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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