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소만과 대마도 해안 절경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전날 부산항에 잔뜩 낀 먹구름이 기어이 대마도 앞바다에 이르러 비를 퍼 붓기 시작하더니만
밤이 되어도 그치지 않았다.
선술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여러가지 떠오르는 상념에 체념하듯 술잔을 기울렸다.
가미자카공원 해발 385미터에 위치하고 있으며 멀리 규수까지 볼 수 있다. 아래의 긴 도로는 대마공항의 활주로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숙소 밖으로 뛰쳐 나왔다.
비가 멈춘 것이다.
이즈하라 시내를 잠시 산보하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기도 무섭게 가미자카 공원에 올랐다.
척박한 땅, 대마도
가미자카로 가는 길은 좁고 비탈이 심하였다.
울창한 원시림을 한참이나 돌고 돌아서야 가미자카에 도착하였다.
한 아이가 쏜살같이 뛰어가더니 소리친다.
"엄마, 와아, 저기 봐"
아소만 육지의 침강으로 생성된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이다. 육지가 바다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가는 굴곡미는 대마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놀라움도 잠시 아소만의 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에보시타케 전망대로 향했다.
와타즈미신사를 지나 고불고불 고갯길을 한참이나 올라서야 전망대가 있다.
가미자카의 전망대가 삼면이라면 이곳은 사방으로 아소만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베트남의 하롱베이가 용이 바다 위로 섬을 밀어내어 천하절경을 이룬 형상이고
우리의 다도해는 밤의 신이 별을 바다에 뿌린 듯 아름다운데 비해
이곳 아소만은 바다의 신이 육지를 끌어 당기어 만든 웅대한 모습이다.
에보시타케전망대 대마도 내에서 유일하게 아소만 일대의 장관을 360도 사면으로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아침을 지나자 날씨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았다.
하늘은 한국의 가을 하늘보다 더 청명하였고
진주 산지로 유명한 아소만의 바다는 그 본연의 색을 발하였다.
와타즈미신사 일본천황의 탄생과 관련된 전설이 있는 신사로 바다의 신을 모시는 해궁이다. 신사 본전 정면의 다섯개 도리이 중
두개의 도리이가 바다에 서 있다. 조수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어 아름다운 아소만과 어우러져 신화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잔잔한 아소만과 함께 자던 바람이 만제키바시에 이르러 거센 바람으로 돌변하였다.
러,일전쟁의 상혼이 강한 바람을 일으켰는지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대어서야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만제키바시 대마도는 원래 하나의 긴 섬인데 이 운하로 인하여 상,하 대마도로 나누어진다. 러일전쟁 당시 이 운하의 건설로 일본은
러시아에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그 후 인공적인 이 해협에 다리를 세 번이나 세우게 되었다.
세찬 바람을 뒤로 하고 대마도 최고라는 미우다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울창한 원시림과 푸른 계곡을 몇 번이나 지나서야 미우다에 도착하였다.
번듯한 농토 하나 없는 이 갑갑한 땅에 대마도인들은 인공조림을 하였다.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끈질긴 생존 본능이 때로는 이웃나라들에게 피해를 주곤 하였지만
이곳 대마도에 서면 한편으로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조금은 헤아리게 된다.
미우다해수욕장 1996년 일본의 해안 100선에 선정되었다. 고운 입자의 천연모래와 에머랄드빛의 바다가 일품이다.
대마도 섬남단에서 시작된 해안 여행은 섬의 북쪽 한국전망대에 이르러 끝이 났다.
이 아름다운 해안을 다 둘러 보는데 하루 꼬박 걸린 셈이다.
그래도 아직 보지 못한 곳이 많이 있어 아쉬웠지만,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남겨 두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었다.
한국전망대 서울 파고다공원의 팔각정을 모델로 전문가를초빙하여 한국산 재료로 세웠다는 팔각정이 있다.
여행자가 보기에는 안목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한국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대마도인이 보고 한국의 누정이 죄다 그만한 수준으로 알까 겁이 난다.
아래 사진 수평선 끝의 희미한 산이 부산방면이고 하얗게 보이는 것이 부산의 아파트들이다. 오늘의 복된 날씨를 위해 어제 비가 온 모양이다.
아래의 조그만 섬은 해상자위대의 군사기지로 사용되고 있다.
섬의 북쪽에 있는 이타카쓰항에 이르러 늦은 식사를 하였다.
한국에서 대마도를 가면 남쪽의 이즈하라항이나 북쪽의 이타카쓰항을 대개 이용한다.
이타카쓰항 정경
신이 강림한 듯 눈이 시린 푸른 하늘,
구름이 흩날리는 국경의 섬에서
여행자는 쉬이 잠 못 이루었다.
한,일 교류의 섬이자 상혼의 땅 대마도의 역사를 쓰기에 앞서
대마도의 자연풍경을 담아 마음을 가다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