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4대강 공사로 황톳물… 물고기가 안 잡혀요”
약수터
2009. 12. 24. 18:01
ㆍ르포/ 낙동강 강정보 예정지역 어부들 ‘한숨’
ㆍ30년 생업 타격에 보상 외면 “뭘 먹고 사나”
ㆍ오탁수 방지막 역부족… “준설하면 더 걱정”
“강만 보고 살아왔는데….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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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낙동강 강정보 공사장의 하류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부근에서 양만철씨가 빈 통발을 걷어올리고 있다. 박태우기자 |
양씨는 미리 설치해 둔 통발(길이 3.5m, 폭 70㎝)을 하나둘 걷어올렸다. 5개째를 걷어올려도 피라미와 누치 등 잡어 7~8마리만 걸려들었을 뿐이다. “낙동강 보 공사로 이 일대는 ‘죽음의 강’이 되었습니다. 흙탕물로 변하면서 물고기가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지난달 12일부터 강정보 공사로 강변의 흙을 마구 파내 수질이 악화되면서 어획량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보 설치 전에는 메기, 붕어, 쏘가리, 빠가사리 등이 짭짤하게 잡혔죠. 그때는 하루 평균 15만~20만원 수입은 올렸습니다.” 그는 이 수입으로 칠순 노모를 모시고 아내와 아들, 딸을 그럭저럭 부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1주일에 10만원어치 맞추기도 빠듯한 실정이다.
2대째 어부인 그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준설공사가 실시되면 온 강이 흙탕물로 뒤범벅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땅 한 평 없고 배운 기술도 없는데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뭘 먹고 살아야 합니까. 농민들은 하천부지, 지장물 등에 대해 일일이 보상해주는데 어민들은 왜 거들떠보지도 않습니까.”
울부짖는 듯한 그의 하소연은 강바람을 타고 마치 절규처럼 들렸다.
이날 오전 낙동강 달성보 하류에서 고기잡이에 나선 이제창씨(45·달성군 현풍면)도 허탕 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달 10일 달성보 공사 이후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추위에 벌벌 떨며 일해도 배 기름값도 나오지 않는데 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낙동강이 황톳물로 변하면서 물고기가 돌과 나무뿌리에 은신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상당수가 폐사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지요.” 그는 “보 건설 현장 아래에 오탁수 방지막과 오일펜스를 설치해도 부유물질과 황톳물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면서 “ ‘4대강 살리기 사업이 4대강 죽이기’로 변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지역 낙동강 건너편의 경북 고령군 어민들도 아우성이다. 경북과 대구, 경남, 부산 등 낙동강 본류에만 200여명의 어민이 내수면 어업허가를 내고 강에서 생계를 잇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이들의 가슴만 멍들어가고 있다.